2025년 국내 탄소세 도입과 배출권 시장의 변화 예측
2025년 현재, 기후변화 대응은 단순한 환경정책을 넘어 각국의 경제구조를 흔드는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국제사회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시장 중심의 정책 수단을 도입하고 있으며, 그 대표적인 수단이 바로 탄소세(carbon tax)다. 탄소세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행위 자체에 가격을 부과하는 제도로, 배출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기업에 전가함으로써 감축을 유도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유럽, 일본, 캐나다 등은 이미 수년 전부터 탄소세를 도입하여 배출을 억제하고 있으며, 2025년 현재 한국 역시 탄소세 도입을 위한 입법 및 정책 검토를 공식화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환경부, 국회 탄소중립특위는 2026년 시행을 목표로 탄소세 도입 로드맵을 마련 중이며, 올해 하반기에는 ‘탄소가격법(가칭)’의 초안 발표가 예고되어 있다.
이 변화는 현재 운영 중인 배출권거래제(K-ETS)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탄소배출에 두 가지 가격이 동시에 부과되는 ‘이중과세 논란’부터, 시장가격과 탄소세 간의 역학 관계, 감축 전략의 전환 등 다양한 측면에서 국내 배출권 시장의 구조적인 재편이 예상된다.
본 글에서는 한국형 탄소세 도입 흐름과 법제화 움직임을 살펴보고, 그에 따라 변화할 배출권 거래 시장의 방향성을 정책적·경제적·시장적 측면에서 예측해 본다.
2025년 한국의 탄소세 도입 흐름과 주요 쟁점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국제 사회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현실적 과제로 부상하면서 한국 정부도 이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한국은 2022년 ‘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하면서 탄소배출량 감축과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을 위해 ‘탄소가격제도’를 법적으로 언급하였다. 이후 2024년부터 정부는 본격적으로 탄소세 도입을 위한 법적, 제도적 기반 마련을 추진하였다. 2025년 현재, 기획재정부는 탄소세를 비롯한 다양한 탄소가격 제도를 종합적으로 조율할 ‘탄소가격 통합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으며, 환경부는 배출권거래제(K-ETS)와 탄소세 간의 이중과세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이중과세 방지안’을 마련 중이다.
정부가 탄소세 도입을 적극 추진하는 주된 배경은 기존의 탄소배출권거래제(K-ETS)만으로는 국가 전체의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배출권 시장에서 나타나는 잦은 가격 변동성 문제를 보완하는 한편, K-ETS에 편입되지 않은 중소규모의 사업장과 운송·농업 등 비시장 부문의 적극적인 감축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 탄소세 도입의 주요 목적이다. 또한 정부는 탄소세 부과로 거두어들이는 재원을 별도의 탄소기금으로 설치해 기후대응 재원으로 재투자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2025년까지 정부가 구체적으로 검토한 탄소세의 주요 골자는 다음과 같다. 우선 탄소세 부과 대상은 현재 배출권거래제(K-ETS)에 참여하지 않는 중소기업과 중소 규모의 배출 사업장으로 한정할 계획이며, 일부 사업장의 경우 K-ETS와 탄소세가 중복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탄소세 과세는 배출되는 이산화탄소(CO₂)의 양을 기준으로 하며, 구체적인 세율은 톤당 20,000원에서 50,000원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다. 시행 목표 시기는 2026년 1월이며, 이를 위해 정부는 2025년 하반기까지 관련 법안 제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적극적인 실적이 있는 기업이나 외부사업 등록을 통해 감축 실적을 확보한 사업장, 그리고 중소기업 등은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검토 중이다.
탄소세 도입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쟁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은 기존 탄소배출권거래제(K-ETS)와의 관계 설정 문제다. 한국은 이미 K-ETS라는 강력한 탄소 가격 규제 장치를 운영 중이기 때문에, 탄소세가 추가로 도입될 경우 기업들은 이중적인 가격 부담(dual pricing)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정부는 K-ETS는 대규모 배출사업장을 위한 시장 기반의 가격 제도이고, 탄소세는 시장 외 부문의 보완적 수단으로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 및 산업계 일각에서는 배출권 가격과 탄소세 간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가격 역전 현상이나 시장 교란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추가적인 대책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탄소세가 본격적으로 도입될 경우, 단순히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것 이상의 구조적 변화가 배출권 거래 시장(K-ETS)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탄소세는 K-ETS 배출권(KAU)의 시장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업 입장에서는 탄소세를 내는 비용과 배출권을 거래소에서 구매하는 비용을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탄소세 가격이 배출권 거래소의 배출권 가격보다 낮다면 기업은 배출권 구매를 줄일 가능성이 높고, 이는 결국 배출권(KAU) 가격의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탄소세가 배출권 가격보다 지나치게 높게 책정될 경우에는 오히려 배출권 가격이 급등하는 등 시장에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탄소세 대상 사업장들은 세금을 줄이거나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 외부사업을 통한 감축 실적(KCU)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외부사업 실적을 나타내는 크레딧(KCU)의 수요 증가 및 시장 활성화가 기대된다. 이와 함께 탄소세 도입은 민간의 자발적 상쇄 크레딧인 탄소포인트나 P-VER과 같은 민간 탄소크레딧의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농업 종사자들이 민간 탄소 크레딧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탄소세 감면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민간 크레딧 시장이 제도권으로 진입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결과적으로, 한국에서의 탄소세 도입은 정부 정책 방향과 기업 전략뿐만 아니라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 전체의 구조적 변화로 연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세부 정책 및 제도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탄소세 제도 통합의 흐름과 기업의 전략적 대응 방안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세 도입이 기업에 새로운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기업이 탄소를 감축할수록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기업은 탄소세와 기존의 배출권 거래 시장을 별개로 보지 말고 통합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2025년 현재 정부와 국회는 기존에 각각 운영되던 배출권거래제(K-ETS), 탄소세, 외부사업 및 자발적 상쇄 크레딧 시장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탄소가격법' 제정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이 법안은 각기 다른 탄소정책을 체계적으로 통합하여 기업의 혼란을 줄이고, 행정의 효율성 및 정책적 일관성을 높이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기업은 다가올 탄소세 시행에 대비하여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우선, 기업 스스로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한 노력을 데이터화하여 객관적인 근거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이 근거 자료는 탄소세 감면 신청 시 중요한 증빙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또한, 배출권 거래 시장의 가격 흐름을 면밀히 분석하고 예측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은 탄소배출권을 미리 선매하여 향후 비용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나아가 기업들은 외부사업 등록을 통해 탄소 감축 크레딧(KCU)을 확보하는 동시에, ESG 보고서와 투자자 대상 보고서에 탄소 감축 실적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 또한 앞으로 탄소 마일리지나 상쇄 실적 등도 자산화될 수 있는 만큼, 이를 회계자산으로 반영하는 방안을 미리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래의 탄소시장은 기업의 탄소 감축 성과가 재정적 자산으로 인정받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특히 배출권 거래 시장과 탄소세가 공존하는 구조에서는 탄소 감축에 성공한 기업일수록 세금을 절약하고 배출권 시장에서 이익을 얻는 이른바 ‘탄소 차익 구조’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향후 개인과 기업의 경계가 점차 사라지며 탄소 크레딧을 온라인 P2P로 자유롭게 거래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탄소세 도입은 기존 배출권 시장을 위축시키는 위협요인이 아니라 탄소시장을 보다 확장시키고 발전시키는 정책적 진전으로 해석해야 한다. 탄소를 적극적으로 감축한 기업과 개인이 이익을 얻는 구조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