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탄소배출권 거래 실전: 직접 등록하고 판매해본 후기

tigerview 2025. 7. 16. 09:02

2025년 현재, ‘탄소배출권’이라는 단어는 이제 낯설지 않다. 탄소중립이 국가 차원의 핵심 전략이 되면서 배출권 거래제도(K-ETS), 외부사업, KCU, KAU 같은 용어들이 점차 실무 현장과 일상 속에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중소기업, 소상공인, 시설 관리자들은 탄소배출권 거래가 실제로 가능한 일인지, 혹은 복잡하고 어렵지는 않은지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다.

필자 역시 중소 제조업체에서 에너지 절감 업무를 맡고 있는 담당자로서, ‘탄소배출권을 확보하고 거래할 수 있다’는 말은 오래전부터 들어왔지만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2024년 말부터 직접 설비 감축 실적을 인증받아 외부사업으로 등록하고, 이를 KCU로 전환한 후 배출권을 판매하는 일련의 과정을 경험해 보게 되었다.

 

탄소배출권 거래 실전

 

이 글은 필자가 직접 겪은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탄소배출권 등록부터 거래까지의 절차, 예상 외의 변수, 실익, 주의할 점 등을 솔직하게 공유하고자 한다. 배출권 거래가 과연 현실적인 수익 모델이 될 수 있는지 고민하는 분들에게 실질적인 참고가 되기를 바라며, 전문 컨설팅 없이도 중소기업이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감축 실적 확보부터 외부사업 등록까지: 준비와 서류가 절반

  • 설비 교체로 인한 감축 실적 추적

필자가 근무하는 제조업체는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금속 부품 가공 업체로, 2023년 말에 기존의 노후 보일러 2대를 고효율 콘덴싱 보일러로 교체하고, 공장 조명을 전체 LED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연간 전력 사용량과 연료 소비량이 각각 약 15% 정도 줄었고, 전문가의 간단한 분석으로도 약 2.4톤의 CO₂ 감축 효과가 기대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단순히 절약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배출권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 감축 실적을 외부사업으로 인증받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환경부 외부사업 등록 시스템에 접속하여 우리 회사의 감축 프로젝트를 등록하기 위한 사전 작업을 시작했다.

 

  • 외부사업 등록 절차: 생각보다 꼼꼼한 준비 요구

‘사업개요서’와 ‘방법론’ 작성은 가장 까다로운 단계로, 감축량 계산 방식, 기준선(Baseline) 설정, 감축 후 변화 수치 등의 논리를 포함해야 했다. 제출 서류는 총 15종 이상으로, 전기요금 명세서, 연료 구입 세금계산서, 사진자료, 설비 스펙 시트 등이 포함된다.
검증기관은 SGS코리아로 선택했고, 검증까지 약 2개월이 소요되었다. 검증 과정에서는 실제 감축량 계산이 재검토되었고, 최종적으로 KCU 2.1톤 분량을 인정받았다. 서류만 준비되면 큰 문제는 없지만, 모든 수치를 ‘전년도 대비 정량화’ 해야 하므로 초기 데이터 확보가 중요하다는 점을 체감했다.

 

KCU 확보 후 거래까지의 실전 경험: 생각보다 빠르면서도 까다로운 과정

  • 한국배출권등록부(KCER)에 등록

검증 후 발급된 KCU는 한국배출권등록부 계정을 통해 우리 회사 명의로 등록되었다. 이 KCU는 법적으로 보호되는 탄소자산이며,
‘자산 계정’에 등록되어 회계처리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이후 이 크레딧을 어떻게 거래할 수 있을지가 두 번째 과제였다.

 

  • 매수처 확보: 플랫폼 vs 직접 매칭

KCU는 한국거래소(KRX ETS)에서의 거래는 불가능하고, 기업 간 매칭 또는 민간 플랫폼을 통한 거래가 필요했다. 필자는 ‘블루카본코리아’라는 중개 플랫폼을 통해 매수 기업과 연결되었으며, 이 기업은 RE100 이행 중이던 IT 서비스 기업으로, 자체 감축이 어려워 외부 상쇄용으로 크레디트를 필요로 하던 중이었다.

톤당 가격은 45,000원으로 책정되었고, 수수료 5%를 제한 후 총 89,775원의 거래 수익을 얻게 되었다. 금액 자체는 크지 않지만,
이 과정 전체를 자체적으로 운영해본 경험과 구조 파악에 의미가 있었다.

 

  • 느낀 점

생각보다 절차는 간단하지만 정보 비대칭은 여전하였다. 감축 실적만 명확하다면 누구나 배출권을 등록할 수 있다. 다만, 거래 시장의 정보가 아직 공개되어 있지 않고, 가격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또한 매수처 확보가 관건이며, 이는 중개 플랫폼의 네트워크에 달려 있다. 외부사업 등록은 인증만 잘 받으면 3~5톤 감축으로도 실현 가능하였다.

 

수익 외의 부가가치: ESG, 정부 지원, 세제혜택까지

실제 배출권 판매로 발생한 수익은 소액이었지만,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기업 내부에 다음과 같은 부가가치 효과가 생겼다.

 

  • ESG 보고서 작성 시 ‘환경 성과’ 근거 확보

2025년부터 중견기업도 ESG 평가 요구를 받고 있어, 이번 감축 실적은 환경부 K-ESG 보고서 작성 시 정량 데이터로 활용되었다. 배출권 인증서, 전력 절감량, CO₂ 감축 수치 등은 투자자·고객사에 ESG 대응 근거로 제출할 수 있었다.

 

  • 정부 지원사업 가점 확보

감축 실적이 공식 인증되면 중소벤처기업부의 ‘탄소중립 전환 지원사업’과 산업부의 ‘고효율 설비 지원사업’ 등에서 가점을 받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일부 지자체에서는 KCU를 보유한 기업에 지방세 감면, 전기요금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 중이다.

 

  • 내부 인식 변화와 마케팅 활용

직원들이 ‘우리가 감축 실적을 통해 실질적인 크레디트를 만들고 거래했다’는 점에 흥미를 보였고, 자체 블로그나 보도자료를 통해 기업의 탄소 감축 활동을 알릴 수 있었다. 이는 고객 신뢰도를 높이고, B2B 파트너와의 거래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