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은 왜 농업 분야에 적용되기 어려울까?
탄소배출권 제도는 전력, 제조, 건설처럼 대규모 배출이 발생하는 산업에서 이미 핵심적인 규제로 작동하고 있다. 기업은 배출량을 줄이지 못하면 시장에서 배출권을 사야 하고, 감축에 성공하면 배출권을 팔아 수익을 낼 수도 있다. 그러나 농업은 이러한 제도에서 늘 예외에 가깝게 취급된다. 나는 이 점이 늘 흥미로웠다. 인류의 식량을 책임지는 농업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반드시 관리해야 하는 영역인데, 왜 제도는 농업을 쉽게 포용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 글에서는 농업이 배출권 시장에 편입되기 어려운 이유와, 앞으로 가능한 변화 방향을 짚어본다.
농업 배출을 측정하기 어려운 이유
농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다른 산업처럼 단순 계산으로 측정되지 않는다. 나는 소 사육 과정에서 나오는 메탄, 논에서 방출되는 아산화질소 같은 배출원이 얼마나 불확실한지를 여러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가축의 사료 성분이나 날씨, 토양 조건이 조금만 달라져도 배출량이 크게 차이 난다. 발전소처럼 연료 사용량을 곱해서 계산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는 농업 배출량을 공정하게 산정하기 어렵다. 이 불확실성은 제도 설계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소규모 농가가 많은 구조적 특성
기업은 단일 조직으로 관리가 가능하지만, 농업은 그렇지 않다. 농가는 전국에 흩어져 있고 규모도 작다. 정부가 모든 농가에 배출권을 할당하고 거래까지 관리한다면 행정 비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예를 들어, 한 지역의 200개 농가가 벼농사를 짓는다고 가정하면, 각 농가의 배출량을 산정하고 거래를 관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나는 이런 행정 부담 때문에 농업이 제도 밖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식량 안보와 농업의 특수성
농업이 배출권 제도에서 제외되는 또 다른 핵심 이유는 식량 안보다. 배출권 비용이 농업에 그대로 적용되면 생산 단가가 올라가고, 결국 식품 가격이 인상된다. 저소득층의 생활비 부담은 커지고, 국가 식량 안정성도 위협받는다. 특히 소규모 농가가 많은 한국에서는 농민들의 생존권 문제로 직결될 수 있다. 나는 이러한 사회적 파급효과 때문에 정부가 농업 규제를 조심스럽게 접근한다고 본다.
해외의 시도와 그 한계
일부 국가는 농업 배출권 제도를 제한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가축에서 나오는 메탄이 국가 배출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단계적 규제를 추진했지만, 농민들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유럽연합 역시 농업 배출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장기적으로 편입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식품 가격 상승과 농업 경쟁력 약화 우려 때문에 아직은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런 사례는 농업 배출권 제도의 필요성과 동시에 현실적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기술이 열어주는 가능성
최근 들어 나는 인공지능, 드론, 위성 모니터링 같은 기술이 농업 배출량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있다고 생각한다. 토양 데이터와 기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면 농업 배출량을 더 정확히 추적할 수 있다. 이런 기술이 발전하면, 농업이 배출권 제도에 단계적으로 포함될 여지가 커진다. 다만 기술 발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농민의 부담을 줄일 정책적 장치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향후 전망: 농업과 배출권의 공존
농업이 탄소배출권 제도에 편입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배출량을 합리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농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 같은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 셋째, 식량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갖춰져야 한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될 때만 농업은 배출권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 농업은 기후변화 대응에서 빠질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완전한 배제보다는 점진적인 편입과 제도적 조율이 불가피하다.
결론: 농업과 배출권의 공존은 가능한가
농업이 탄소배출권 제도에 적용되기 어려운 이유는 배출 측정의 불확실성, 소규모 분산 구조, 식량 안보라는 세 가지 축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기후위기가 심각해질수록 농업을 계속 제도 밖에 두는 것은 한계에 다다른다. 나는 결국 농업이 기술 발전과 보완 정책을 통해 배출권 시장에 점진적으로 포함될 것이라 본다. 그것은 농민에게는 도전이지만, 동시에 지속 가능한 농업으로 전환할 기회이기도 하다. 농업과 배출권의 조화는 단순한 제도 논의가 아니라 인류가 기후 위기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