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과 RE100, ESG의 관계 완전정리
2025년 현재, 기업은 단순히 제품을 잘 만들고, 많이 팔기만 해서는 생존할 수 없다.
사회는 기업에 대해 더 많은 책임을 요구하고 있으며, 정부와 투자자 역시 탄소 배출 감축,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투명한 지배구조 운영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목받는 개념이 바로 탄소배출권 (Carbon Emissions Trading), RE100(Renewable Energy 100%),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이다. 이 세 가지 개념은 겉보기에는 각기 다른 방향에서 출발하지만, 실제로는 기업의 환경성과와 지속가능성 평가에 있어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핵심 축을 이룬다.
탄소배출권은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고 시장에서 거래하는 제도이며,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ESG는 이 모든 과정을 ‘투자 판단 기준’으로 삼는 프레임워크다. 즉, 탄소배출권은 기업의 감축 실적을 수치화하고, RE100은 기업의 에너지 전환 의지를 보여주며, ESG는 이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투자자와 사회가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본 글에서는 이 세 가지 요소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기업 전략과 투자 판단에 영향을 주는지, 실제 사례와 함께 상세히 정리해 본다.
탄소배출권과 RE100, ESG의 개념과 각자 역할
- 탄소배출권(Carbon Emissions Trading, K-ETS)
탄소배출권은 한국의 배출권거래제(K-ETS) 하에서 운영되는 제도로, 일정 수준 이상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에 대해 정부가 배출 한도를 할당하고, 그 범위 내에서 초과되거나 남는 배출량을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탄소배출권은 일종의 ‘탄소 통화’이며, 기업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톤당 수만 원의 비용을 들여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2025년 현재, KAU25(2025년 기준 배출권)의 시세는 톤당 약 45,000~52,000원 선에서 형성되고 있다. 따라서 감축 설비가 부족한 기업은 연간 수억 원의 배출권 구매 비용을 부담해야 하며, 반대로 감축을 잘한 기업은 잉여 배출권을 판매하여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 RE100 (Renewable Energy 100%)
RE100은 글로벌 캠페인으로,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자발적 선언이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2025년 현재 한국 기업 중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등도 참여하고 있다.
RE100을 달성하기 위해 기업은 태양광·풍력 구매, PPA 계약, REC 인증서 구매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전력원을 전환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사용이 확대되면, 기업의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고, 이는 탄소배출권 부담 완화로 연결된다. 또한, RE100 참여 기업은 국제조달, 수출, ESG 평가 등에서 우대 조건을 받을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RE100 참여 여부가 글로벌 밸류체인 진입의 필수 요건이 되고 있다.
- ESG (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ESG는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를 평가하여 비재무적 리스크를 반영한 투자 판단 지표로 사용되는 개념이다.
E(Environment) 항목에서는 기업의 탄소 배출량, 감축 성과, 에너지 효율성, RE100 참여 여부, 배출권 보유 및 매매 실적 등이 평가에 직접 반영된다. 즉, 탄소배출권과 RE100 실적은 ESG 평가의 핵심 지표로 활용되며, ESG 등급은 다시 투자자, 금융기관, 정부 조달에 영향을 주는 구조다.
탄소배출권, RE100, ESG가 기업 실적과 평가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이제 우리는 탄소배출권, RE100, ESG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이해했다. 이제는 이 세 가지가 기업의 실질적인 재무성과, 평판, 투자 유치, 글로벌 진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해 보자.
- 비용 측면: 배출권 비용 절감 vs. 재생에너지 투자
탄소배출권은 감축 실패 시 톤당 수만 원의 직접 비용을 의미한다. 반대로 RE100은 재생에너지 설비 구축 비용이나 PPA 계약 비용이 발생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전력단가 안정성과 배출권 회피 비용 절감이라는 이점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전력 사용량이 많은 기업이 RE100 달성을 통해 연간 수십억 원 규모의 배출권 구매 비용을 아낄 수 있다.
- 브랜드 가치 및 ESG 평판 영향
RE100은 기업의 환경 리더십을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강력한 수단이다. RE100에 참여한 기업은 글로벌 고객, 소비자, 투자자로부터 ‘친환경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으며, 이는 브랜드 가치 상승, 소비자 충성도 강화, 투자유치 용이성으로 연결된다. 실제로 많은 ESG 펀드가 RE100 이행 기업만을 포트폴리오로 삼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 자금 조달 및 정부지원 연계
ESG 평가는 단순한 리스크 평가를 넘어, 금융조건과 정부지원 제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ESG 등급이 높은 기업은 녹색채권 발행 시 낮은 금리로 자금 조달이 가능하며, 정부의 각종 탄소중립 R&D 보조금, 감축 설비 투자 지원, 공공입찰 ESG 가점 혜택 등을 받는 데 유리하다.
- 수출 경쟁력과 공급망 압력 대응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미국의 청정에너지법 등은 수출기업에 탄소 감축 실적 및 재생에너지 사용 여부를 필수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때 RE100과 탄소배출권 감축 실적은 무역장벽을 통과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되며, ESG 평가는 해외 파트너와의 신뢰 기반 구축에도 활용된다.
탄소배출권과 관련하여 기업과 투자자 모두가 준비해야 할 전략적 접근법
이제는 탄소배출권, RE100, ESG를 각각 따로 관리할 수 없다. 이 세 가지는 하나의 ‘지속가능경영 전략’으로 통합되어야 하며, 기업과 투자자는 다음과 같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 ESG 통합 관리 시스템 구축
기업은 환경·에너지·배출권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ESG 전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 시스템은 배출량 모니터링, 배출권 보유량 추적, RE100 달성률 분석, ESG 공시 연계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처리하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 감축 목표 + 재생에너지 + 배출권 확보를 연동한 KPI 수립
이제는 단순히 배출량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네 가지가 하나의 목표 체계로 통합되어야 한다.
- 배출량 감축 목표 설정
- RE100 달성률 향상 계획 수립
- 잉여 배출권 확보 및 매각 전략 병행
- ESG 공시 내용과 연계한 브랜딩 계획 수립
- 투자자 관점에서의 접근
투자자는 RE100 참여 기업, 배출권 수익 모델을 가진 기업, ESG 등급이 높은 기업을 선별해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 특히 탄소배출권이 시세 상승을 지속하고 있고, RE100은 글로벌 필수 인증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ESG는 투자 판단 기준으로 제도화되고 있으므로 이 세 요소를 충족하는 기업에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투자처가 집중되고 있다.
- 글로벌 스탠더드 기반 전략 수립
국내 기준에만 맞춘 전략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기업은 반드시 SBTi(과학기반 감축목표), CDP(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GRI(글로벌 보고 기준), IFRS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등에 부합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RE100, 탄소배출권 감축, ESG 공시는 이들 글로벌 스탠더드와 완벽히 맞물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