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탄소배출권 실무 전략

개인 간 배출권 거래, 정말 가능해질까?

tigerview 2025. 8. 28. 01:01

탄소배출권, 개인도 거래할 수 있을까?

탄소배출권은 지금까지 대부분 기업 중심의 제도로 운영되어 왔다. 발전소, 철강공장, 정유사 같은 대규모 온실가스 배출 기업이 정부로부터 배출 허용량을 할당받고, 이를 초과하거나 남는 양만큼 거래하는 방식이 주류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시스템이 개인 단위까지 확장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한다”, “집에서 에너지를 절약하고 있다” 같은 행동이 온실가스 감축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면, 그만큼의 ‘감축 실적’을 배출권으로 인정받고 거래할 수는 없을까?

나도 이 물음을 처음 들었을 땐 현실성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니, 이미 전 세계적으로 ‘개인 탄소배출권 거래’를 향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가능할까?”가 아니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실현될까?”를 고민할 시점이다.

 

개인 배출권 거래

 

배출권은 왜 기업 중심으로만 운영됐을까?

우선 현재의 배출권 제도는 정부의 규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됐다. 대기업이나 공장처럼 배출량이 많은 곳을 중심으로 제도를 설계하고, 정부는 일정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기업에 나눠주고, 그 한도를 넘으면 비용을 부담하도록 만드는 구조다.

이 시스템은 관리 효율성이 높다. 측정도 쉽고, 감축 효과도 크며, 제도 운영 비용이 적게 든다. 하지만 그만큼 소규모 단위의 감축 실적은 제도 밖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내가 에어컨 사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탄소 감축을 했다고 해도 이건 제도적으로 기록되거나,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이것이 바로 개인의 감축 실적이 ‘배출권’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적인 한계였다.

 

최근 왜 개인 배출권에 주목하게 되었을까?

기후 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정부와 기업만으로는 탄소 감축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유엔, EU, 각국 환경부는 이제 시민 단위의 탄소 절감 행동에도 보상과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개인 탄소배출권(Personal Carbon Allowance)”라는 개념이다. 이는 개인이 사용하는 에너지, 교통수단, 소비 패턴 등을 기준으로 연간 탄소 한도를 설정하고, 절감한 만큼의 배출권을 포인트화하거나, 심지어 거래 가능하도록 만들자는 구상이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디지털 지갑 형태의 개인 탄소배출권 시스템을 시범 운영 중이다. 이 시스템은 신용카드나 앱과 연동되어, 예를 들어 채식 위주 식사를 선택하거나 비행기 대신 기차를 탈 경우, 탄소 감축분을 계량화하여 개인의 ‘탄소 잔고’에 추가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가능성이 있을까?

한국에서도 아직 법제화는 되지 않았지만, 일부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탄소포인트제, 탄소캐시백 제도, 탄소중립 생활실천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이 제도들은 가정이나 아파트 단지에서 전기·가스·수도 사용량을 줄이면 감축량에 따라 포인트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구조다. 다만 이 포인트가 아직은 배출권으로 전환되거나, 거래 가능한 구조는 아니다. ‘보상’의 개념에 머물러 있고, ‘시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제도 운영 방식만 조금 바뀌면, 탄소 감축 실적을 ‘토큰’으로 발행하고, 이걸 개인 간 거래하거나 기부하는 방식으로 확장할 수 있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데이터 위·변조 없이 감축 실적을 기록하고 거래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기반 기술은 이미 국내 스타트업들과 일부 지자체에서 실험 단계에 진입해 있다.

 

개인 간 배출권 거래가 실현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만약 개인 간 탄소배출권 거래가 가능해진다면, 앞으로는 에너지를 절약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감축 실적을 판매하는 형태도 등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씨는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연간 500kg의 탄소를 줄였다. 반면 B씨는 장거리 출퇴근과 해외출장 등으로 탄소 사용량이 높다. 이때 A씨가 보유한 ‘감축 실적’을 B씨가 돈을 주고 사서 탄소중립을 맞추는 구조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ESG 평가를 받는 중소기업이 자발적인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개인의 탄소 절감 포인트를 구매하는 방식도 제안될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시나리오는 아직 제도적으로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다. 하지만 국제적 흐름, 기술 발전, 정책 기조를 보면 개인도 탄소 절감 실적을 자산화하고, 유통 가능한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다

제도가 실현되기까지 넘어야 할 벽도 많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측정의 정확성이다. 개인의 감축 실적을 어떻게 계량할 것인가,
또 이를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가 제도의 성패를 좌우한다. 또한 감축량에 따라 배출권이 발행되려면 행위별 표준화된 탄소배출 계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자전거 10km 주행 = CO₂ 2kg 절감이라는 식의 공식이 명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개인이 거래 가능한 배출권은 법적 효력을 갖는 인증 제도를 전제로 해야 한다. 이게 없으면 단순한 포인트 제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결론: 개인 배출권 거래는 가능성에서 현실로 바뀌는 중

지금까지 배출권 거래는 ‘기업만의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기술의 발전과 제도 변화 속에서 개인도 탄소 감축 실적을 보상받고, 때로는 거래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물론 아직은 초기 단계이고, 제도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세계 여러 국가에서 시범 프로젝트가 가동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탄소 데이터의 개인화’를 위한 논의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앞으로 우리는 ‘얼마나 돈을 썼는가’보다 ‘얼마나 탄소를 줄였는가’가 경제적 가치로 전환되는 사회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흐름 속에서 개인 간 배출권 거래는 결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곧 다가올 가능성 높은 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