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거래하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탄소배출권 거래소 입문기
나는 처음에 탄소배출권 거래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게 무슨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사고파는 건지, 아니면 국가에서만 움직이는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로 한국에서도 KRX(한국거래소)를 통해 기업이 직접 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생각보다 절차는 체계적이고 투명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글에서는 2025년 현재 기준으로 탄소배출권을 거래소에서 거래하기 위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즉, KRX 가입부터 실거래 실행까지 전 과정을 서술형으로 자세히 안내하겠다.
거래를 위한 가장 첫 번째 단계: 기업 식별과 계정 개설
탄소배출권 거래에 참여하려면, 우선 자신이 정식으로 K-ETS(한국 배출권거래제) 대상 기업인지 확인해야 한다. 정부로부터 할당을 받은 기업이거나, 자발적 감축 실적을 통해 배출권을 등록·인증받은 기업만이 정식 거래소(KRX)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기업이 거래에 참여하려면,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 시스템’(GIR)에 등록되어 있어야 하며, 이후 한국거래소(KRX)에 정식 계좌 개설을 요청해야 한다. 이 과정은 일반 주식계좌 개설과는 다르게 기관 인증, 서류 제출, 담당자 지정 등의 절차가 포함된다. 보통 기업의 환경 담당자나 ESG 부서 실무자가 이 역할을 맡는다.
회원 등록 후, KRX 탄소시장 계정 연결 절차
기업이 한국거래소의 회원으로 등록되면, 탄소배출권 거래 전용 계정(KAU 계정 또는 KOC 계정 등)을 생성해야 한다. KAU는 정부가 할당한 국가 배출권, KOC는 자발적 감축 실적에 따라 인증받은 크레딧을 의미한다.
계정이 생성되면, 이 계정은 ‘온실가스 종합정보센터’의 기업 배출권 보유 정보와 실시간으로 연동된다. 즉, 한쪽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면, 다른 시스템에서도 자동으로 반영되는 구조다. 이 시스템은 거래의 신뢰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중복 등록이나 수기 보고 없이 디지털 기반으로 거래 이력을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실거래는 어떻게 진행되나?
실제 탄소배출권 거래는 정해진 시간대에 KRX 탄소시장 플랫폼을 통해 이루어진다. 거래는 주식처럼 매수·매도 호가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기업은 자신이 필요한 양만큼 배출권을 구매하거나, 잉여분을 판매할 수 있다.
거래소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2시까지 두 시간 동안 개장되며, 실거래는 이 시간 안에만 가능하다. 이 외 시간에는 거래 등록만 가능하고 체결은 되지 않는다. 거래소를 통해 이루어지는 가격은 시장 평균가 기준으로 실시간 변동하며, KRX는 홈페이지에 이를 실시간 공개하고 있어 기업이 적절한 시점에 사고팔 수 있도록 도와준다.
거래 후 정산과 배출권 이동은 자동 처리된다
거래가 체결되면, 매도자는 해당 배출권이 자신의 계정에서 차감되며, 매수자는 매입한 배출권이 자신의 KAU 또는 KOC 계정으로 자동 전송된다. 거래 금액은 지정된 결제 계좌에서 자동 정산되며, 한국거래소가 이를 중개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기업은 거래 후 반드시 해당 배출권의 사용계획 또는 보유 목적을 명시해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의 모니터링 및 정책 설계에 반영되는 자료이기 때문에, 단순한 보유 목적이든 실제 감축 목적이든 명확히 구분해 등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2025년부터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2025년부터는 일부 거래 절차와 조건에 변화가 생겼다. 우선 KAU와 KOC 외에도, 국제 인증 배출권(CER, VER 등)의 일부가 조건부로 거래 가능해졌으며, 이를 통해 글로벌 배출권 시장과의 연동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KRX의 탄소시장은 ESG 투자 확산 흐름에 따라 외부 투자자에게도 점진적 개방될 예정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기관 외에 민간 참여가 확대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거래 기록의 ESG 공시 활용이다. 2025년부터는 ESG 보고서에 탄소배출권 확보·거래 내역을 포함하는 기업이 늘어날 전망이며, 이로 인해 배출권 거래 자체가 기업의 신뢰도와 가치 평가에 직접 연결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거래를 시작하기 전, 꼭 체크해야 할 실무 포인트
기업이 탄소배출권 거래를 실질적으로 시작하려면 단순히 KRX에 계정을 개설하는 것 외에도 다음과 같은 실무적 준비사항을 확인해두는 것이 좋다.
첫째, 배출권 수요 예측 및 내부 소요량 계산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얼마나 필요할까?”가 아니라, 생산량, 설비 효율성, 감축 계획 등을 반영한 수치여야 한다.
둘째, 가격 변동에 따른 예산 책정과 리스크 시나리오도 중요하다. 탄소배출권 가격은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최고가 기준으로 예산을 확보해두는 것이 안정적이다.
셋째, 거래 주체 지정과 내부 승인 절차의 명확화가 필요하다. 모든 거래는 KRX 시스템 내에서 담당자 인증을 거치기 때문에, 내부 의사결정 체계가 정립되어 있어야 거래 지연을 피할 수 있다.
결론: 거래소 진입은 ‘기술’보다 ‘준비’가 더 중요하다
탄소배출권 거래는 기술적으로는 복잡하지 않다. 하지만 기업이 이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사전 분석, 정책 이해, 내부 협업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KRX를 통한 거래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탄소비용을 줄이고, ESG 전략을 실현하며, 경쟁력을 확보하는 핵심 수단이 되고 있다.
2025년은 단순한 제도의 변화가 아닌, 배출권 거래가 산업 경쟁력의 일부분으로 완전히 편입되는 전환점이다. 지금 준비하는 기업만이, 앞으로의 탄소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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