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시대, 나는 왜 제로웨이스트 여행을 시작했는가
여행은 나에게 휴식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을 경험하고,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좋아하는 이 여행이 과연 ‘지속가능한 활동’인가에 대해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 번의 국내여행으로도 차량 운행, 음식 소비, 플라스틱 사용 등 수많은 자원이 소모되고,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특히 ‘탄소배출권’이라는 개념을 공부하면서부터는 여행이라는 행위 자체가 지구에 어떤 부담을 주는지 더 깊이 인식하게 되었다. 나는 평소 ESG와 탄소중립에 관심이 많았기에, 여행에서도 어떤 방식으로든 환경에 대한 책임 있는 행동을 실천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이번 여행은 ‘제로웨이스트 여행’으로 도전해 보겠다고.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을 알았지만, ‘조금 불편하더라도 덜 버리고 덜 배출하는 여행’을 스스로 경험해보자는 마음으로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 글은, 그 제로웨이스트 여행의 전 과정과 시행착오, 그리고 배운 점들을 솔직하게 기록한 이야기다.
제로웨이스트 여행 준비는 짐 싸기부터 달랐다
제로웨이스트 여행을 실천하기 위해 가장 먼저 고민한 것은 ‘짐을 어떻게 쌀 것인가’였다. 일반적인 여행에서는 일회용 샴푸, 포장된 간식, 배달음식용기, 커피 테이크아웃 컵 등 수많은 일회용품이 자연스럽게 포함되곤 한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이 부분부터 줄이기로 마음먹었다. 세면도구는 리필이 가능한 소형 용기에 나눠 담았고, 비누와 고체 샴푸를 사용해 플라스틱 용기를 없앴다. 외출할 때 사용할 텀블러와 식사용 개인 용기도 미리 챙겼고, 포장용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가벼운 장바구니도 가방 안에 넣었다.
음식은 가능하면 현지 재래시장에서 장을 봐 직접 해먹기로 계획했다. 이는 단지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목적뿐만 아니라, 지역 소상공인을 응원하는 방식이기도 했다. 여행지 숙소는 친환경 운영을 강조하는 로컬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했다. 숙소 선택 시 전기 절약 장치 유무, 일회용품 제공 여부, 음식물쓰레기 처리 방식 등을 고려했고, 사전에 직접 문의해 환경 정책에 동의한다는 답변을 받은 뒤 예약을 완료했다. 이런 준비 과정은 평소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렸지만, 단순한 여행이 아닌 ‘의미 있는 여행’을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니 오히려 뿌듯함이 앞섰다.
제로웨이스트 여행의 현장, 쉽지 않았지만 충분히 가능했다
여행지에 도착해서 첫날부터 나는 일회용품의 유혹과 마주해야 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음료를 살 때도 자동으로 나오는 빨대와 플라스틱 뚜껑을 거절해야 했고, 도시락을 사 먹을 때에도 가게에 미리 가져온 용기에 담아줄 수 있는지 정중하게 요청해야 했다. 대부분의 점원들은 다소 의아해했지만, 대부분 긍정적으로 응대해주었다. 물론 일부는 위생 문제나 규정상의 이유로 거절하기도 했지만, 그런 경우에는 포장을 최소화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다른 가게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대처했다.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카페 이용이었다. 예쁜 테이크아웃 컵에 담긴 아이스커피 한 잔은 여행의 낭만이었지만, 나는 내가 가져간 텀블러에 음료를 담아달라고 요청했고, 일부 카페에서는 이에 대해 할인 혜택까지 제공했다. 다만 관광지에서는 대형 체인점이 아닌 로컬 상점 위주로 이용해야 했기 때문에 사전에 위치를 미리 파악해 두는 것이 중요했다. 숙소에서도 음식물 쓰레기를 직접 분리해 배출하고, 세탁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진행했다. 여행 중 하루는 현지에서 운영하는 ‘제로웨이스트 마켓’에 들러 친환경 상품을 체험했고, 그곳에서 ‘여행도 소비가 아니라 행동이어야 한다’는 인식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쓰레기 봉투 하나 없이 짐을 챙길 수 있었고, 탄소중립 계산기를 통해 내가 줄인 탄소 배출량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예상으로는 약 2kg 이상의 탄소를 감축한 셈이었고, 이런 결과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나는 이 여행을 통해 단 한 번도 쓰레기를 무작정 버리지 않았고, 내가 만드는 탄소의 흐름을 처음부터 끝까지 의식하면서 행동할 수 있었다.
제로웨이스트 여행은 하나의 선택이자 가치 있는 실천이었다
이 여행은 내게 여러 가지 질문을 남겼다. 나는 왜 그동안 이렇게 많은 것을 ‘당연히 소비’하고 있었을까? 왜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여행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까? 제로웨이스트 여행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바로 ‘선택의 힘’이었다. 우리는 매 순간마다 더 환경적인 선택을 할 수 있고, 그 선택이 결코 큰 불편을 수반하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실천이 완벽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아직 부족한 부분도 있었고, 실수도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시도였고, 그 과정에서 얻은 인식의 변화였다. 나는 앞으로의 모든 여행에서 이와 같은 기준을 기본값으로 설정할 것이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런 방식을 소개할 예정이다. 여행은 그 자체로 즐거워야 하지만, 이제는 거기에 더해 ‘책임 있는 즐거움’도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길 바란다.
탄소배출권이라는 제도는 결국, 우리가 각자의 방식으로 탄소를 줄이고자 노력할 때 그 의미가 완성된다. 제로웨이스트 여행은 나에게 그 가능성을 보여준 귀중한 경험이었다. 여행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나는 앞으로도 이 길을 계속 걸어갈 것이다. 그 길은 조금 불편할지 몰라도, 분명히 더 가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생활 속 탄소중립 실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탄소중립을 위한 자취생 라이프스타일 실천기 (0) | 2025.07.29 |
---|---|
자가용 운전자가 탄소배출권과 관련해 할 수 있는 5가지 행동 (0) | 2025.07.29 |
나의 하루 탄소발자국 계산기 사용기 + 절감 실험 일지 (0) | 2025.07.28 |
탄소배출권 거래를 활용한 기업 브랜딩 전략 (0) | 2025.07.15 |
탄소배출권과 RE100, ESG의 관계 완전정리 (1) | 2025.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