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탄소배출권 거래와 블록체인 기술의 결합 가능성 분석

tigerview 2025. 7. 19. 09:52

탄소배출권 시장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기업들은 국가별 할당량, 국제 감축 프로젝트, 시장 가격 변동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거래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투명성’, ‘추적성’, ‘신뢰성’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블록체인이 주목받고 있다. 블록체인은 모든 거래 기록을 위·변조할 수 없도록 만들어, 탄소배출권의 생성부터 유통, 최종 소각까지의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전 세계적으로 블록체인을 탄소시장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관련 실증 사업이 논의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탄소배출권 거래에 어떤 방식으로 결합될 수 있는지, 현재 어떤 시도가 이뤄지고 있으며, 그 가능성과 한계는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탄소배출권 블록체인

 

탄소배출권 거래 시스템의 기존 한계점

현재의 탄소배출권 거래 시스템은 전통적인 중앙 집중형 구조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국내에서는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 거래소(KRX) 등의 기관이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업들의 배출량 보고와 거래 과정을 검토 및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기술적으로는 여전히 취약한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배출량 감축 실적에 대한 검증이 수작업 위주로 진행되며, 제3자 검증기관에 의존해야 한다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또한, 거래 과정 자체가 일반 대중에게는 불투명하게 공개되어 있고, 거래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러한 구조는 기업 간 불신을 야기할 뿐 아니라, 외부 투자자에게도 시장의 신뢰도를 낮추는 요인이 된다. 국제 탄소배출권 거래에서는 서로 다른 국가 간 제도 차이로 인해 거래 내역을 일관되게 추적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발생한다. 이처럼 탄소배출권 시장은 기본적으로 ‘검증’과 ‘신뢰’에 기반을 둬야 하는데, 현재의 시스템은 그 부분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

 

블록체인 기술이 해결할 수 있는 부분

블록체인 기술은 정보의 위변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거래 내역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이 기술이 탄소배출권 시장에 적용되면, 감축 실적의 생성부터 거래, 소각까지의 전 과정을 블록에 기록함으로써 거래의 신뢰성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다. 특히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 기능을 활용하면, 배출권 할당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자동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거나, 감축 실적이 기준 이상일 경우 인센티브를 자동 지급하는 방식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 설비를 도입하고, 실측 데이터를 IoT 센서와 연계해 블록체인에 등록하면, 해당 데이터는 수정이나 삭제가 불가능한 상태로 기록된다. 이후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증된 배출권이 발급되면, 해당 배출권의 생성 시점, 소유자, 거래 이력, 소각 여부까지 모두 공개되고 추적이 가능하다. 이 방식은 거래 과정에서의 불신을 해소하고, 정부나 거래소의 관리 부담도 줄여준다. 특히 국제 탄소배출권 시장에서는 서로 다른 국가의 시스템 간 신뢰성을 연결하는 ‘중립적 장부’ 역할로서 블록체인이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와 블록체인 기술의 해외 적용 사례와 한국의 시범 도입 현황

이미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탄소배출권에 블록체인을 결합한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페인의 'ClimateTrade’는 기업의 탄소상쇄 프로젝트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등록하여, 상쇄 가능한 탄소량을 디지털 자산화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다른 예로, IBM과 에너지 기업들이 함께 개발한 ‘Carbon Emissions Token’은 블록체인 기반의 탄소 배출 토큰을 활용해 거래의 투명성과 실시간 검증을 실현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시도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2024년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환경부가 공동으로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탄소배출권 이력관리 시스템’ 구축을 위한 실증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IoT, AI, 블록체인을 결합한 배출량 자동 측정 및 검증 시스템으로, 향후 중소기업과의 연계도 고려하고 있다. 또한 한국거래소(KRX) 내부에서도 스마트 계약 기반의 배출권 거래 플랫폼 연구가 진행 중이며, 민간 스타트업 중 일부는 탄소배출권을 NFT 형태로 발행해 P2P 거래까지 가능하게 하는 모델을 제안하고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와 블록체인의 기술적·제도적 과제와 향후 방향

물론 블록체인 기술이 탄소배출권 시장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첫 번째는 국가 간 제도 통일 문제다. 각국의 배출권 제도와 인증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블록체인 상에서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운영하려면 국제 공통의 프로토콜이 필요하다. 현재는 이를 위한 국제 협의체가 구성 중이지만, 완전한 표준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기술 인프라의 한계다. 블록체인 기술은 아직 에너지 효율성과 확장성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다수의 데이터를 블록에 기록해야 할 경우 속도 저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세 번째는 법적 인정 여부다. 블록체인에 기록된 배출권 거래 내역이 법적 효력을 가지려면, 정부 차원의 인증 체계와 법률적 기반이 명확히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한국은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상 블록체인 기록을 일부 인정하고 있지만, 탄소배출권과 관련된 별도의 규정은 아직 미비하다.


그러나 이러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은 탄소배출권 시장의 신뢰성 회복과 국제 연계성 강화라는 측면에서 매우 유력한 기술이다. 정부는 기술 표준화를 주도하고, 민간 기업은 실제 운영 사례를 축적함으로써, 탄소배출권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다. 향후에는 탄소배출권 자체가 하나의 ‘디지털 자산’으로서 유통되는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도 높으며, 이 흐름을 선도하는 것이 곧 국가의 기후 대응 경쟁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