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에도 NFT가 쓰일 수 있을까?
요즘 NFT라는 단어는 흔히 디지털 아트나 게임 아이템, 혹은 희소성이 있는 콘텐츠를 사고팔 때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NFT 기술이 예상치 못한 영역, 바로 탄소배출권과도 연결되고 있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 역시 “디지털 그림 파는 기술이 환경과 무슨 상관이지?”라는 의문을 가졌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블록체인의 핵심인 ‘투명한 기록’과 ‘실시간 추적’ 기능이 탄소배출권의 구조와 매우 잘 맞아떨어지는 점이 있었다.
탄소배출권은 기본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인 만큼 기업이나 기관에 주어지는 자산이다. 이 자산은 거래도 가능하고, 보유도 가능하며, 규제 이행의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이 배출권이 누구에게 있고, 어떤 경로를 거쳐 거래됐는지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기 어려웠던 구조였다. 그리고 이 지점을 NFT와 블록체인이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최근 업계의 시선이다.
탄소배출권이 갖는 ‘불투명성’ 문제
탄소배출권은 엄밀히 말하면 정부 또는 국제기구에서 인증해주는 ‘감축 성과에 대한 보상’이다. 기업이 온실가스를 줄이거나, 감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해당 성과를 정량화해서 톤(tCO₂) 단위로 배출권을 발급받는다. 하지만 이 배출권은 한 번 부여된 이후에는 정확히 어떤 경로로 누구에게 거래됐는지, 얼마나 사용됐는지를 일반인이나 제3자가 투명하게 확인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탄소중립을 달성했다고 발표해도, 그게 실제 감축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배출권 구매에 의한 것인지, 더 나아가 그 배출권이 어떤 종류인지 외부에서는 파악이 어렵다. 여기에 거래 중복, 허위 감축량 보고, 위·변조된 배출권 유통 등 제도적 허점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계속 제기되어 왔다.
NFT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NFT는 블록체인 기반의 기술로, 모든 거래 이력을 네트워크에 영구적으로 기록한다. 각 토큰에는 고유 식별자가 붙고, 해당 토큰이 언제, 누구에게 발급됐고, 이후 어디로 이동했는지까지 모두 기록된다. 이 기술을 탄소배출권에 적용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가장 먼저, 배출권 하나하나가 고유한 NFT로 발행될 수 있다. 그러면 배출권의 진위 여부가 완전히 검증 가능해지고, 거래 내역도 조작 없이 추적된다.
즉, A 기업이 1톤짜리 배출권 100개를 NFT 형태로 갖고 있다면, 그게 어디서 나왔고, 얼마나 감축된 결과인지, 누구에게 얼마에 팔았는지까지 블록체인 상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단순히 기술적 편의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사회에서 탄소감축의 ‘신뢰성’이 중요해진 지금, NFT 기반 배출권은 탄소시장 전체의 투명성을 높이는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이런 시도가 이미 시작되고 있다
이론적인 이야기 같지만, 이미 이 개념은 여러 나라에서 실험 중이거나 상용화 초기 단계에 들어섰다. 대표적인 사례는 싱가포르와 스위스, 미국 일부 블록체인 기업들이다. 이들은 실제 감축 성과를 기반으로 한 탄소배출권을 NFT로 발행해 디지털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기업은 자체적으로 감축 인증을 하고, 그 결과를 NFT로 만들어 웹사이트나 디지털 지갑에 등록해 투자자나 소비자에게 공개하는 형태도 시도 중이다. 이는 곧 ESG 경영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한국거래소나 민간 블록체인 기업들이 ‘탄소 디지털 인증 시스템’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아직 법제화가 되지 않았지만, 민간 차원에서 빠르게 시도되는 중이다.
해결해야 할 기술적·제도적 과제도 있다
물론 NFT 기반 탄소배출권이 완벽한 해답은 아니다.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우선, 감축량 자체를 측정하고 인증하는 기준의 표준화가 미비하다. NFT로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기록할 수는 있어도, 처음에 잘못된 데이터가 입력되면 그 오류 또한 그대로 블록체인에 기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NFT 거래 자체가 탈중앙화 기반이다 보니, 기존 정부 주도의 배출권 시스템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법적 유효성은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등 제도적인 정비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NFT가 생성되고 거래되는 과정에서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전력을 많이 사용한다는 ‘친환경 기술이 오히려 탄소를 낼 수도 있다’는 역설적인 문제도 일부 제기된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탄소중립형 블록체인 기술도 함께 개발되고 있다.
결론: NFT는 탄소배출권을 더 투명하게 만들 수 있을까?
지금까지 탄소배출권은 중요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어디서 생겨났고 누가 썼는지’가 불분명하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그리고 이 투명성의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로 지금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NFT다. NFT를 통해 각 배출권이 고유한 디지털 자산으로 태어나면, 이 자산은 언제 어디서나 추적 가능하고, 실시간으로 검증되며, 불법 복제나 이중 거래, 허위 보고 같은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아직 제도와 기술 모두 완성 단계는 아니지만, 탄소배출권의 신뢰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흐름은 분명히 NFT와 블록체인을 향하고 있다. 기업과 정부, 투자자 모두가 이 흐름을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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