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2025년 이후 개편될 가능성이 있는 배출권 할당 기준 시나리오 분석

tigerview 2025. 7. 26. 10:33

한국은 2015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K-ETS)를 도입한 이후, 매 5년 주기로 배출권 할당계획을 수립해 왔다. 현재는 제3차 계획기간(2021~2025년)이 진행 중이며, 2025년 이후부터는 제4차 계획기간이 시작될 예정이다. 2050 탄소중립 목표와 EU CBAM 도입, 국제 ESG 기준 강화 등의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정부는 4차 계획기간의 배출권 할당 기준을 전면 개편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 기준의 변화가 향후 수년간의 경영 전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 이 글에서는 2025년 이후 개편될 수 있는 배출권 할당 기준의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각 시나리오가 기업과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전망해 본다.

 

배출권 할당

 

현재의 배출권 할당 방식과 주요 쟁점

현재 시행 중인 제3차 계획기간에서는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690여 개 업체에 대해 총량 기반의 할당 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주요 산업군에는 일정량의 배출권을 무상으로 할당하고, 초과분에 대해서는 시장에서 구매하거나 외부 감축 실적을 통해 상쇄하는 구조다. 할당 방식은 배출 이력, 제품 생산량, 배출계수 등을 기준으로 산정되며, 탄소배출 강도가 높은 산업일수록 더 많은 배출권이 주어지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여러 한계를 가지고 있다. 첫째, 과거 실적에 기반한 할당은 감축 유인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있다. 일부 기업은 감축을 하면 할수록 향후 할당량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실질적 감축을 미루는 ‘역인센티브’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둘째, 무상 할당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 시장기능이 왜곡된다는 지적도 있다. 셋째, 배출권 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락할 경우, 예측 가능한 경영이 어려워지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5년 이후의 계획기간에서는 시장 안정성 확보와 실질적 감축 유도라는 두 가지 목표를 균형 있게 달성할 수 있는 새로운 할당 기준 마련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개편 가능성이 높은 배출권 할당 기준 시나리오

2025년 이후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주요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배출권 할당 기준이 개편될 가능성이 크다.


① 벤치마크 기반 할당 확대 시나리오
산업별로 ‘탄소 효율이 우수한 상위 기업’의 평균 배출 강도를 기준으로 할당량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도입하면 동일 산업 내에서도 탄소 효율이 낮은 기업은 할당량이 줄어들고, 우수 기업은 인센티브를 받는 구조가 된다. 유럽 ETS는 이미 이 방식을 적용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도 시범 적용 중이다.


② 무상 할당 비율 축소 시나리오
현재 90% 이상인 무상 할당 비율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경매를 통한 유상 할당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이는 시장 가격을 보다 실질적인 탄소 비용으로 반영하고, 기업의 감축 투자 유인을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다만 중소기업 및 고에너지 산업의 비용 부담 증가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③ 산업별 차등화 시나리오
탄소집약도가 높은 산업(예: 시멘트, 철강 등)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저탄소 산업에는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온실가스 감축 여력과 국제 경쟁력을 동시에 고려한 유연한 접근법으로, 산업 재편과 탄소중립 산업 유도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개편이 산업과 기업에 미치는 영향

배출권 할당 기준이 개편될 경우,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배출권 의무 이행 비용이다. 특히 탄소집약도가 높은 산업일수록 무상 할당 감소와 감축 강도 상향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멘트 산업의 경우, 벤치마크 기준이 도입되면 기존보다 15~30% 할당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따른 배출권 추가 구매 비용은 연간 수백억 원에 이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설비 교체, 친환경 연료 전환, 감축 기술 도입 등 전방위적인 투자 압력으로 작용한다. 반면, 에너지 효율이 높은 기업이나 이미 감축 설비를 갖춘 기업은 인센티브를 통해 배출권 판매 수익 또는 배출권 비용 절감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 결국 이 개편은 산업 내 양극화를 심화시키며, 기업 간 경쟁력 재편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중소기업의 경우 전문 인력과 감축 기술의 부족으로 새로운 기준에 대한 적응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이로 인해 정책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정책 설계 시 산업별·규모별 맞춤형 이행 로드맵과 정부 지원 정책의 병행이 필수적이다.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 제안과 기업의 대응 전략

배출권 할당 기준 개편이 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고, 동시에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우선 정부는 기준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개편 방향을 조기 공개하고, 산업계와의 사전 협의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중소기업 대상의 맞춤형 기술지원, 감축 컨설팅, 금융 지원을 통해 제도 도입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기업은 기준 개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내부적으로는 탄소배출 실태 진단, 감축 투자계획 수립, 감축 시뮬레이션 구축 등의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벤치마크 방식이 확대될 경우에는 동일 산업 내 경쟁사의 탄소 효율 수준과 비교 분석을 통해 상대적 위치를 파악하고, 전략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또한, 기업은 단순히 의무 이행을 위한 배출권 구매보다, 자체적인 감축 실적 확보를 통한 장기적 배출권 확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외부사업 등록을 통해 감축 실적을 인증받고, 이를 추후 배출권으로 전환하거나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유리한 조건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배출권 할당 기준 개편을 비용 상승 리스크가 아닌, 친환경 경영으로의 전환 기회로 인식하는 기업 문화의 전환이다. 기준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며, 이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는 기업만이 탄소중립 시대의 승자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