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기후 관련 정보 공시 의무화와 배출권 보고의 차이

tigerview 2025. 7. 23. 09:18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기업의 경영 의무로 전환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기후 관련 정보 공시'가 법제화되는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 역시 2025년부터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기후 공시 의무화를 본격 시행할 예정이며, 이는 단순한 친환경 선언을 넘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 이행 현황을 체계적으로 보고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은 ‘기후 정보 공시’와 기존에 진행해오던 ‘배출권 보고’의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해 혼란을 겪고 있다. 두 제도는 목적, 대상, 보고 방식이 다르며, 잘못된 이해는 중복 대응 또는 규제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글에서는 기후 공시 의무화의 의미와 배출권 보고와의 차이를 비교 분석하고, 기업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기후 공시 의무화 배출권

 

기후 정보 공시 의무화의 배경과 핵심 내용

기후 정보 공시란, 기업이 자신의 경영활동이 기후변화에 어떤 영향을 받고 있으며, 이에 대해 어떤 대응 전략을 세우고 있는지를 정량적·정성적으로 외부에 공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개념은 단순히 환경보고서 수준을 넘어, 재무 정보와 연결된 '기후 리스크'를 투명하게 드러내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은 국제적 기준에 맞춰 2025년부터 K-ESG 공시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기후 정보 공시를 의무화할 계획이며, 이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기준과 연동된다. 특히 ISSB의 IFRS S2 기준은 온실가스 배출량(Scope 1, 2, 3), 감축 전략, 물리적·전환 리스크, 시나리오 분석 등 매우 구체적인 정보를 요구한다.


이 공시는 단지 ‘환경 정보’로 취급되지 않고, 투자자와 금융기관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사용된다. 따라서 기업은 기후 관련 정보 공시를 통해 투자 유치, 자금 조달, ESG 평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이제는 ‘지속가능경영’이라는 단어가 단순한 선언을 넘어서, 실질적 데이터 기반 보고 체계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의 배출권 보고 제도는 무엇이 다른가?

반면, 기업들이 이미 대응하고 있는 ‘배출권 보고’는 전혀 다른 목적과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한국은 2015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K-ETS)’를 운영 중이며, 이에 따라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일정 기준을 넘는 기업은 의무적으로 배출량을 보고하고, 할당받은 배출권과 비교하여 이행 여부를 관리받는다.


이 제도에서의 보고는 주로 정량적 배출량 산정(Scope 1, 2 중심)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보고 주체는 환경부이고, 기업은 실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산정서를 제출해야 한다. 보고된 내용은 제3자 검증기관의 감사를 거쳐야 하며, 허위 보고나 누락이 발생할 경우 과징금 및 배출권 환수 등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즉, 배출권 보고는 기업의 실제 배출 행위에 대한 규제 이행 관리를 위한 제도이며, 기업의 경영 전략이나 기후 리스크 대응 전략까지는 요구하지 않는다. 반면, 기후 정보 공시는 배출량뿐 아니라 경영 전략, 리스크 대응 시나리오, 감축 투자 계획 등을 포함해야 하며, 단순히 ‘얼마를 배출했는가’가 아니라 ‘기후변화가 경영에 어떤 영향을 주며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를 묻는 구조다.

 

두 제도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혼란과 리스크

많은 기업들은 이 두 제도가 유사하다고 생각해 동일한 데이터를 활용하거나, 중복된 보고 체계를 운영하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보고 목적의 불일치, 데이터 불일관성, 정보공시 오류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배출권 보고는 단위 사업장 기준으로 산정된 데이터를 요구하지만, 기후 정보 공시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의 그룹 단위 보고가 요구된다. 이 차이를 고려하지 않으면 공시 데이터와 환경부 보고서 간에 수치 불일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기후 정보 공시는 온실가스 외에도 물, 에너지, 폐기물, 생물다양성, 공급망 탄소배출 등 다양한 범위를 다루기 때문에 단순히 환경안전 부서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 ESG 총괄, 재무, 전략기획, 생산부서 간의 협업이 필요하며, 체계적인 내부 통제 시스템이 없을 경우 보고 누락이나 오류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기후 공시는 외부 이해관계자, 특히 투자자나 글로벌 바이어에게 직접적으로 공개되는 정보이기 때문에 브랜드 신뢰도와 연결되며, ESG 평가지수 하락이나 투자 철회로 이어질 수 있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반면, 배출권 보고는 정부 규제 이행 중심의 내부 보고이므로, 외부 평판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적다.

 

기업이 취해야 할 대응 전략

기업은 이 두 제도를 각각의 목적과 기준에 맞게 분리 대응하되, 통합적 전략으로 연결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첫째, 배출권 보고 데이터는 기초 데이터로 활용되되, 기후 정보 공시에 맞게 범위(Scope 3 포함), 단위(조직 기준), 시나리오 기반 분석 등을 추가해야 한다. 이를 위해 ESG 보고 전담 조직이나 외부 전문기관과의 협업이 필요하다.


둘째, 내부적으로는 ‘데이터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 배출권 보고와 기후 공시 데이터를 구분·통합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중복 대응을 최소화하면서도, 공시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셋째, 이사회와 경영진을 대상으로 기후 리스크에 대한 이해 교육과 의사결정 가이드라인을 제공함으로써, 공시가 단순 보고 행위가 아닌 전략적 판단 근거가 되도록 해야 한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기업은 해외 투자자들의 공시 요구 수준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며, 국제 기준(IFRS S2, TCFD, GRI 등)에 기반한 공시체계를 조기에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후 정보 공시는 앞으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을 것이며, 배출권 보고는 그에 필요한 기초 인프라일 뿐이다. 두 제도를 단순히 병렬로 보지 말고, 기후경영의 흐름 속에서 상호 연결된 구조로 인식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