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도 탄소배출권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까?
탄소배출권 거래는 한때 대기업과 발전소, 제철소 같은 중량급 산업군만의 영역처럼 여겨졌다. “그건 우리 같은 중소기업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야”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2025년 현재, 탄소중립 의무화와 ESG 공시 확대, 그리고 K-ETS(한국형 배출권거래제)의 민간 확대 적용 흐름 속에서 중소기업의 입장도 급격히 바뀌고 있다. 정부가 자발적 감축 인증제도, 배출량 등록제, 탄소배출량 감축 실적 인정제 등을 강화하면서 이제는 중소기업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고 있다. 더욱이, 단순한 비용 회피가 아닌 ‘수익 창출 수단’으로 전환되는 흐름이 중소기업 경영 전략에서 새로운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이 글은 중소 제조업, IT기업, 유통업 등 다양한 중소기업들이 실제로 탄소배출권을 활용해 수익을 내는 구조를 구체적으로 해부하고, 실현 가능성 있는 전략을 제시한다.
탄소배출권 수익화, 중소기업이 접근 가능한 기본 구조는 이렇다
중소기업이 탄소배출권을 통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우선 자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감축 실적을 제도적으로 인증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국에서는 현재 두 가지 방식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K-ETS 대상 기업이 되어 할당량 초과분을 거래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는 주로 중견 제조업체 이상이 해당되지만, 최근에는 배출량 규모가 일정 기준을 넘는 중소기업도 일부 포함되는 추세다. 이들은 정부로부터 무상으로 배정받은 탄소배출권을 효율적으로 운영하여 초과분을 탄소시장에 판매함으로써 직접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두 번째 방식이 더 현실적이다.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정부나 공공기관의 인증 하에 등록하고, 이를 통해 탄소배출권 또는 유사한 감축 크레딧을 민간 시장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특정 중소 제조기업이 설비 에너지 효율화를 통해 연간 50톤의 온실가스를 줄였다면, 이를 정부에 감축 실적으로 인증받고, 민간기업(예: ESG 공시 대상 대기업)에 판매할 수 있다. 이 구조는 특히 K-ETS에 포함되지 않은 중소기업에게 매우 유효하다.
또한, 이런 감축 실적은 단순한 현금화뿐 아니라 공공입찰, 친환경 인증, 정책 자금 선정 시 가점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즉, 탄소배출권이 곧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자산이 되는 것이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단순한 친환경 실천을 넘어, 명확한 수익 모델로 전환 가능한 구조가 존재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수익을 내려면, 중소기업이 준비해야 할 3가지 핵심 요소
탄소배출권으로 수익을 내려면, 중소기업은 세 가지 핵심 요소를 갖춰야 한다.
첫째는 정량적 배출량 측정 및 감축 데이터 확보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아직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각적으로만 인식하고 있으며, 정확한 데이터 수집이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수익 창출을 위해서는 연료 사용량, 전력 소비, 공정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부 승인 포맷에 맞춰 기록하고 검증받아야 한다. 이를 위한 측정 솔루션이나 외부 컨설팅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감축 실적 인증 제도에 대한 이해와 참여다. 현재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대표 제도는 ‘중소기업 자발적 감축 인증제도’, ‘탄소중립 실천포인트 제도’, ‘에너지 절약형 설비 투자 지원사업’ 등이다. 이 제도를 통해 감축 실적을 등록하거나, 아예 초기 투자비용을 보조받아 효율화 설비를 도입할 수 있다. 특히 실적 등록은 단순한 의무가 아니라 ‘재무적 가치 창출’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셋째는 탄소배출권 거래 가능한 민간 플랫폼과의 연계다. 현재 한국에는 탄소배출권 유사 크레딧을 거래할 수 있는 민간 플랫폼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탄소중립 민간거래소, 중소기업 탄소마켓 연합, ESG 연계 금융기관 중개 플랫폼 등이 있다. 이런 플랫폼에 기업의 감축 실적을 등록하고, 기업 간 직거래 형태로 판매가 가능하다. 이런 연결 고리를 확보하는 것이 결국 수익을 현실화하는 관문이다.
앞으로 탄소배출권은 중소기업의 재무 전략이 될 것이다
2025년을 기준으로 탄소배출권은 더 이상 특정 산업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 기업이 탄소를 얼마나 배출하고, 어떻게 줄였는가’가 앞으로는 세무적 가치, 투자 유치, 브랜드 평판, 정부지원금 선정 등 거의 모든 비즈니스 요소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중소기업이 지금부터 탄소배출권 구조를 이해하고, 작게라도 참여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ESG가 강제화되고, 탄소세 논의가 구체화되면, 감축 실적을 갖춘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경쟁력 격차는 극단적으로 벌어질 것이다. 지금까지는 '선택 사항'이었지만, 앞으로는 '필수 조건'이 될 것이다.
이제 탄소배출권은 중소기업에게 단순한 제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제대로 준비하면 매출 외 수익원, 투자유치 시 어필 포인트, 정부 과제 선정의 결정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측정’, ‘감축’, ‘인증’, ‘연결’이라는 4단계 구조를 이해하고 적용하는 것이다. 이 글이 그 구조의 첫 단추가 되었길 바란다.
'탄소중립 산업·비즈니스 전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페 창업자가 알아야 할 탄소배출 관련 법률 체크리스트 (0) | 2025.08.02 |
---|---|
직장인이 회사에서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10가지 방법 (0) | 2025.07.30 |
고등교육기관(대학)의 탄소중립 전략과 배출권 제도 활용 (0) | 2025.07.27 |
탄소배출권이 부동산 개발 산업에 미치는 간접적 영향 (0) | 2025.07.24 |
중소기업의 탄소배출 감축 실적 보고 시 겪는 행정 문제 (1) | 2025.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