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현재, ‘탄소배출권’이라는 단어는 이제 낯설지 않다. 탄소중립이 국가 차원의 핵심 전략이 되면서 배출권 거래제도(K-ETS), 외부사업, KCU, KAU 같은 용어들이 점차 실무 현장과 일상 속에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중소기업, 소상공인, 시설 관리자들은 탄소배출권 거래가 실제로 가능한 일인지, 혹은 복잡하고 어렵지는 않은지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다.
필자 역시 중소 제조업체에서 에너지 절감 업무를 맡고 있는 담당자로서, ‘탄소배출권을 확보하고 거래할 수 있다’는 말은 오래전부터 들어왔지만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2024년 말부터 직접 설비 감축 실적을 인증받아 외부사업으로 등록하고, 이를 KCU로 전환한 후 배출권을 판매하는 일련의 과정을 경험해 보게 되었다.
이 글은 필자가 직접 겪은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탄소배출권 등록부터 거래까지의 절차, 예상 외의 변수, 실익, 주의할 점 등을 솔직하게 공유하고자 한다. 배출권 거래가 과연 현실적인 수익 모델이 될 수 있는지 고민하는 분들에게 실질적인 참고가 되기를 바라며, 전문 컨설팅 없이도 중소기업이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감축 실적 확보부터 외부사업 등록까지: 준비와 서류가 절반
필자가 근무하는 경기도 화성의 금속 부품 가공 제조업체는 2023년 말 노후 보일러 2대를 고효율 콘덴싱 보일러로 교체하고, 공장 조명을 전면 LED로 바꾸는 설비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연간 전력 사용량과 연료 소비량이 각각 약 15% 줄어들었으며, 전문가 분석 결과 약 2.4톤의 이산화탄소(CO₂) 감축 효과가 기대되었다. 하지만 단순히 에너지 절감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배출권이 자동 발급되는 것은 아니었다. 감축 실적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환경부의 외부사업 등록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했다.
이에 따라 회사는 환경부 외부사업 등록 시스템에 접속해 감축 프로젝트 등록 준비에 착수했다. 등록 과정에서 가장 까다로웠던 부분은 ‘사업개요서’와 ‘방법론’ 작성이었다. 감축량 계산 방식과 기준선(Baseline) 설정, 감축 후 변화 수치를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제출해야 하는 서류는 총 15종 이상으로, 전기요금 명세서, 연료 구입 관련 세금계산서, 현장 사진, 설비 사양서 등이 포함되어 매우 꼼꼼한 준비가 요구됐다.
검증 기관으로는 SGS코리아를 선정했으며, 검증 과정에는 약 2개월이 소요되었다. 검증 단계에서 실제 감축량 계산이 재검토되었고, 최종적으로 KCU 2.1톤 분량의 감축 실적을 인정받았다. 이번 경험을 통해 서류 준비만 충실히 한다면 큰 문제는 없지만, 감축 실적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전년도 대비’ 정량화된 데이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KCU 확보 후 거래까지의 실전 경험: 생각보다 빠르면서도 까다로운 과정
검증을 마친 후 발급받은 KCU는 한국배출권등록부(KCER)에 우리 회사 명의로 정식 등록되었다. 이 KCU는 법적으로 보호받는 탄소자산으로서, ‘자산 계정’에 등록되어 회계 처리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업 재무에도 의미가 크다. 그러나 이렇게 확보한 크레디트를 어떻게 거래할 것인가가 다음 과제로 남았다.
KCU는 한국거래소(KRX ETS)에서 거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업 간 직접 매칭이나 민간 중개 플랫폼을 통해 거래해야 한다. 필자는 ‘블루카본코리아’라는 중개 플랫폼을 통해 매수 기업과 연결되었는데, 해당 기업은 RE100을 이행 중인 IT 서비스 업체로, 자체 감축이 어려워 외부 상쇄용 크레디트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거래 단가는 톤당 45,000원으로 책정되었고, 수수료 5%를 제한 후 약 89,775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비록 거래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전체 과정을 직접 운영하며 구조를 파악한 경험이 매우 값졌다.
이 경험을 통해 느낀 점은 절차 자체는 생각보다 간단하나, 여전히 정보 비대칭 문제가 크다는 것이다. 감축 실적만 명확하다면 누구나 배출권 등록이 가능하지만, 거래 시장의 정보 공개가 부족하고 가격 투명성이 떨어진다. 특히 매수처 확보가 큰 관건이며, 이는 중개 플랫폼의 네트워크 역량에 크게 의존한다. 다행히 외부사업 등록 절차는 인증만 제대로 받으면 3~5톤 정도 감축 실적도 실현 가능해 실무 접근성은 비교적 높은 편임을 알 수 있었다.
수익 외의 부가가치: ESG, 정부 지원, 세제혜택까지
실제 배출권 판매로 발생한 수익은 크지 않았지만, 이 프로젝트를 통해 기업 내부에는 여러 부가가치 효과가 나타났다.
먼저, ESG 보고서 작성에 필요한 ‘환경 성과’의 객관적인 근거를 확보할 수 있었다. 2025년부터 중견기업들도 ESG 평가를 받기 시작하면서, 이번에 인증받은 감축 실적은 환경부 K-ESG 보고서 작성 시 중요한 정량 데이터로 활용되었다. 배출권 인증서, 전력 절감량, CO₂ 감축 수치 등은 투자자와 고객사에 제출하는 ESG 대응 근거로서 신뢰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또한, 감축 실적이 공식 인증됨에 따라 중소벤처기업부의 ‘탄소중립 전환 지원사업’과 산업통상자원부의 ‘고효율 설비 지원사업’ 같은 정부 지원사업에서 가점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확인되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KCU를 보유한 기업에 대해 지방세 감면이나 전기요금 할인 등 추가 혜택을 제공하고 있어, 경제적 이점도 함께 누릴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내부 직원들의 인식 변화와 마케팅 활용 효과도 있었다. 직원들은 직접 감축 실적을 통해 실제 배출권을 만들고 거래하는 경험에 큰 관심을 보였고, 기업은 자체 블로그나 보도자료를 통해 탄소 감축 활동을 적극 알릴 수 있었다. 이는 고객의 신뢰도를 향상시키는 동시에, B2B 파트너와의 거래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기업 이미지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배출권 프로젝트는 단순한 수익 창출을 넘어 ESG 경영 강화와 정부 지원 연계, 내부 구성원 동기 부여, 대외 마케팅 등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중요한 전략적 자산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1. 탄소배출권 실무 전략'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탄소배출권 회계처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0) | 2025.08.20 |
---|---|
개인도 탄소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을까? 실현 가능성과 법적 현실 분석 (0) | 2025.07.28 |
탄소배출권 거래를 활용한 기업 브랜딩 전략 (0) | 2025.07.15 |
탄소배출권 거래 사기 예방을 위한 체크리스트 (0) | 2025.07.11 |
탄소배출권 경매제도란? 참여 조건과 절차 (0) | 2025.07.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