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탄소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는 시대는 정말 올까?
기후 위기는 더 이상 지구 반대편 이야기만은 아니다. 매년 더워지는 여름과 잦아진 산불, 기후 재난 뉴스들이 일상처럼 들려오면서 사람들은 ‘지금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 와중에 기업과 산업계에서만 다루던 '탄소배출권'이란 단어가 조금씩 일반인들의 대화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어떤 사람은 투자 자산처럼, 또 다른 사람은 환경보호의 실천 도구처럼 이 개념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과연 개인도 이 탄소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단순한 궁금증을 넘어, 탄소중립 시대에 살아가는 한 시민의 실질적인 실천 가능성을 묻는 것이다. 오늘은 이 질문에 대해 제도적 현실과 함께 실현 가능성, 그리고 실제로 개인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까지 조목조목 짚어보고자 한다.
개인이 탄소배출권을 거래할 수 없는 이유, 그리고 예외
우리나라에서 탄소배출권이라고 불리는 권리는 정확히 말하면 ‘온실가스 배출권’이다. 이 권리는 국가가 각 기업에 할당한 일정량의 탄소 배출 허용치로, 초과 시에는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도록 설계된 제도이다. 하지만 이 거래는 정부가 인정한 ‘지정사업장’만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이 직접 사고팔 수는 없다. 법적으로도 일반 시민은 한국거래소(KRX)에서 거래되는 배출권(KAU)을 취득할 수 없도록 막혀 있다. 다시 말해, ‘정식 탄소배출권’은 현재 구조상 기업 전용 자산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이와 유사한 개념이 해외를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개인의 참여 가능성에 새로운 길이 열리고 있다. 그것은 바로 ‘탄소상쇄 크레딧(탄소크레딧)’이다. 이 크레딧은 실제 배출권과는 다르지만, 특정 활동을 통해 탄소 감축을 인증받은 민간 단위의 권리를 뜻하며, 국제적으로는 개인도 구매할 수 있는 구조로 운영된다. 특히 블록체인 기반의 글로벌 탄소 플랫폼들은 이 크레딧을 디지털 자산처럼 다루면서 개인의 접근성을 대폭 높이고 있다.
개인이 탄소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들
우리나라 안에서 개인이 탄소배출권에 참여할 수 있는 공식적인 방법은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다. 다만 간접적으로 참여하거나, 해외 플랫폼을 이용하는 방식으로는 일부 가능성이 열려 있다. 우선 대표적인 참여 방식은 ‘탄소포인트제’와 ‘탄소중립실천포인트’ 제도이다. 이 제도는 개인이 에너지 절약, 대중교통 이용 등 친환경 활동을 하면 그에 대한 보상으로 포인트를 지급받고, 이를 현금화하거나 상품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다만, 이 포인트는 실제 거래 가능한 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탄소배출권 거래'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 외에도 몇몇 민간 기업들은 ‘탄소중립 마일리지’ 캠페인을 통해 구매 시 발생한 탄소량을 계산하고, 그에 맞게 상쇄 크레딧을 구매하거나 보상해주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개인 참여의 길은 조금 더 활짝 열려 있다. 예를 들어 KlimaDAO, Toucan Protocol, Carbonmark 등과 같은 플랫폼에서는 개인이 신용카드나 암호화폐를 이용해 직접 탄소크레딧을 구매할 수 있다. 이때 구매한 크레딧은 실질적으로 탄소 감축 활동에 기여한 것으로 인정받으며, 블록체인상에 그 내역이 기록된다. 개인은 이를 보유하거나 타인에게 전송할 수도 있고, 때로는 NFT로 만들어 ‘기념’하거나 ESG적 가치를 시각화하기도 한다. 이처럼 완전한 투자 자산은 아니더라도, 환경 실천과 자산 보유를 결합한 신개념 참여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일부 친환경 스타트업이 이 같은 구조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관련 법과 제도도 검토 단계에 들어선 상황이다.
투자 수단일까, 실천 도구일까? 개인 탄소참여의 진짜 가치
개인이 탄소배출권 혹은 탄소크레딧을 구매한다고 해서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탄소가격은 정책, 국제 시세, 감축 수요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급변하며, 개인 투자자가 수익을 보기엔 아직 위험 요소가 많다. 그렇기에 개인이 탄소시장에 접근할 때는 투자보다는 ‘실천’이라는 관점이 더 현실적이다. 특히 자신이 일상에서 배출하는 탄소를 줄이기 어려운 경우, 일정량의 탄소상쇄 크레딧을 구매하여 그 배출을 '상쇄'한다는 방식은 심리적 만족감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메시지를 준다. 더불어 이런 활동은 소비 습관 변화, 기업의 책임 강화, ESG 생태계 확대 등 연쇄적인 변화를 촉진하는 기반이 되기도 한다.
앞으로는 개인 탄소참여의 의미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제도를 개선하고, 민간이 플랫폼을 활성화시키면, 일반 시민들도 탄소 감축에 '투표'하듯이 참여하게 될 것이다. 마치 예전에는 대기업만 가능했던 전력 생산이 이제는 가정용 태양광으로 가능해진 것처럼, 탄소배출권도 점차 개인화될 수 있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그 흐름의 한가운데에서 우리는 이미 작은 시작을 하고 있는 셈이다.
'탄소배출권 거래 실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탄소배출권 거래 실전: 직접 등록하고 판매해본 후기 (1) | 2025.07.16 |
---|---|
재생에너지 사업과 탄소배출권 수익화 방법 (0) | 2025.07.12 |
탄소배출권 거래 사기 예방을 위한 체크리스트 (0) | 2025.07.11 |
2025년 탄소배출권에 투자하는 국내 ETF 및 펀드 소개 (0) | 2025.07.08 |
탄소배출권 경매제도란? 참여 조건과 절차 (0) | 2025.07.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