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현재, 전 세계는 탄소중립(Net Zero)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은 이제 환경 문제를 넘어서 국가의 산업 전략, 외교 정책, 무역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각국은 시장기반의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배출권 거래제(ETS, Emissions Trading Scheme)’를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은 2015년부터 K-ETS(Korea Emissions Trading Scheme)라는 이름의 제도를 통해 이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
K-ETS는 환경부가 총괄하고, 한국거래소와 한국배출권등록부(KCER)가 실무를 맡아 운영하는 제도로 국가가 설정한 온실가스 총량 한도 내에서 기업들이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기업들은 이 제도를 통해 자신의 배출량을 관리하고, 감축 실적을 확보하거나 부족분을 시장에서 매입하여 의무를 이행한다. 한국형 ETS는 동아시아 최초로 법제화된 배출권 거래제라는 상징성과 함께 국내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는 중요한 정책 수단으로 자리 잡았지만, 실제로 10년 가까이 운영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구조적 문제와 시장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글에서는 K-ETS의 전반적인 구조와 운영 메커니즘을 먼저 이해하고, 그 이후 이 제도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실효성 문제, 거래 활성화 저조, 제도 복잡성 등의 한계점을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K-ETS의 구조: 정부와 기업 간 온실가스 감축 거래의 공식 시스템
한국형 배출권 거래제(K-ETS)는 기본적으로 ‘총량제한·거래 허용’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이는 정부가 설정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맞춰 전체 배출 가능한 총량을 정하고, 이 총량을 기업들에게 일정량씩 할당한 뒤, 그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 참여 대상과 범위
- 참여 기업 기준: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25,000톤 이상 또는 동일 기업 그룹 내 합산 125,000톤 이상
- 2025년 기준 약 750개 기업이 K-ETS에 참여 중
- 주요 업종: 발전, 철강, 정유, 반도체, 시멘트, 제지, 화학 등
- 배출권 종류
구분 | 설명 |
KAU (Korean Allowance Unit) | 정부가 기업에 기본적으로 할당하는 배출권 (무상·유상) |
KCU (Korean Credit Unit) | 외부사업을 통해 감축 실적 인증 시 발급되는 크레딧 |
KOC (Korean Offset Credit) | 자발적 상쇄용 크레딧, 일부 자율 감축 활동 인정 |
- KAU는 거래소에서 거래 가능
- KCU와 KOC는 조건부 거래 가능 (외부사업 등록 필요)
- 주요 절차
- 계획 수립: 5년 단위로 정부가 감축 목표 및 할당 총량 설정
- 배출권 할당: 산업군별로 무상 또는 유상으로 배출권 배분
- 실적 보고 및 검증: 매년 3~4월 기업별 배출량 보고
- 배출권 반납: 매년 6월 말까지 전년도 배출량에 해당하는 배출권 제출
- 미반납 시: 초과분에 대해 톤당 최대 10만 원 과징금 부과
- 거래 방식
- 시장 거래: 한국거래소(KRX ETS)를 통해 실시간 매매 가능
- 직접 거래(P2P): 기업 간 수의계약도 가능
- 경매제도: 일정 비율은 유상경매로 공급
K-ETS는 정부 주도로 운영되는 엄격한 거래제도로,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유인과 규제 이행의 도구로 활용된다.
한국형 배출권 거래제의 한계점: 구조적 문제와 실효성 저하
K-ETS는 국제적으로도 정교한 제도로 평가받고 있지만, 실제 운영에서는 여전히 다양한 한계와 실효성 문제가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제도의 신뢰성뿐만 아니라, 기업의 참여 유인과 감축 실적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 거래시장 유동성 부족
- 시장 참여자 수는 한정되어 있고, 상대적으로 거래량이 매우 적음
- 거래소에 상장된 배출권 수량은 충분하나, 매수·매도 양측이 적극적으로 거래에 나서지 않음
- 실질적으로는 기업 간 수의계약(P2P) 방식이 많아, 시장 가격 왜곡 가능성 존재
- 이로 인해 KAU의 실제 거래 가격이 시장 수급을 반영하지 못하고 정책 의존적이라는 비판이 있음
- 무상할당 과다로 인한 감축 유인 약화
- K-ETS 초창기에는 기업 부담 완화를 위해 90% 이상 무상할당
- 2025년 현재도 일부 업종(정유, 제철, 시멘트 등)은 여전히 무상 비율이 매우 높음
- 이로 인해 감축 노력보다는 ‘할당된 범위 내에서 소극적 운영’에 그치는 경우 많음
- 감축 실적이 시장에서 경제적 가치로 이어지는 구조가 약화됨
- 복잡한 행정절차와 낮은 제도 접근성
- 외부사업 등록, 감축 실적 인증, KCU 발급까지 최소 6~12개월 소요
- 관련 시스템(KCER, 외부사업 플랫폼 등) 사용이 어렵고,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등록 자체가 힘듦
- 특히 중소기업과 지자체는 전문 인력 부재로 인해 실질적인 참여가 매우 제한됨
- 글로벌 ETS 연계 미비
- 한국의 ETS는 현재까지 다른 국가 ETS와의 연계가 이루어지지 않음
- 유럽(EU ETS), 중국(C-ETS), 뉴질랜드 등은 상호 인증 기반 구축 중
- 글로벌 배출권 거래 흐름에 편입되지 못하면, 향후 무역장벽이나 CBAM 대응에 불리
한국형 ETS는 구조는 정교하지만, 실제 시장에서의 거래 활성화, 참여 유인, 글로벌 연결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제도 개선 방향과 참여 확대를 위한 전략
K-ETS가 보다 실질적인 감축 수단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제도의 목적을 재확인하고, 시장 메커니즘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기업뿐 아니라 지방정부, 소규모 사업장, 개인 프로젝트까지도 탄소경제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배출권 시장이 안정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
- 무상할당 축소 및 경매 비율 확대
- 2026년부터 시작되는 제5차 계획기간에서는 유상경매 비율을 20~30%까지 확대할 예정
- 무상할당은 감축이 어려운 업종에 한정하고, 나머지는 경매 참여 또는 외부사업 실적으로 배출권 확보 유도
- 시장 가격 안정화 장치 강화
- 배출권 가격이 지나치게 낮거나 급등할 경우, 시장 신뢰도 저하 → 가격 안정화 펀드 및 시장조정매매 제도를 통해 적정 가격 유지 유도
- 또한 실시간 시세 공개 범위 확대, 정보 비대칭 해소 등도 중요
- 중소기업 및 지자체의 접근성 강화
- 외부사업 등록 절차 간소화
- 표준화된 감축 방법론 매뉴얼 제공
- 감축 실적 등록을 위한 컨설팅, 회계 지원 프로그램 신설
- 탄소 관련 데이터를 자동 수집·분석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 도입
- 국제 연계 및 자발적 상쇄 시장과의 통합
- EU, 일본, 동남아 ETS와의 상호 인증 체계 구축 → 글로벌 크레디트 유통 가능성 확보
- 자발적 상쇄(VMO) 제도와의 연계를 통해 개인·소규모 사업자 참여 활성화 → 탄소 크레디트가 디지털 자산처럼 보편화되는 구조
결론적으로 K-ETS는 이미 아시아 최고 수준의 배출권 거래제지만, 정책 실효성과 시장 활성화를 높이기 위해 ‘개선과 통합’의 방향으로 진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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